오늘 눈을 떴을 때 재미있는 일이 있었다. 아침에 중요한 회의가 있어서 내내 준비를 하다 잠들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눈을 뜨자마자 그 회의 생각이 나는 거였다. 해야하는 일이 많을 때면 이렇게 눈 감기 직전 그리고 눈 뜨기 직후에, 아니 마치 자는 동안도 계속 그 생각을 했던 것처럼 연속 재생하듯 그 생각을 멈출 수 없을 때가 있다. 이걸 처음 겪었을 때는 아마도 작년 프로젝트 때인데, 그 때는 내가 생각을 멈출 수 없다는 사실조차 나를 괴롭게 했다. 제발 좀 그만 하시라구욧 ㅠㅠ 그런 느낌. 그런데 오늘은 뭐랄까. 아이고 불쌍해라, 얼마나 걱정을 했으면, 하는 생각이 들면서 그냥 내가 안쓰럽고 그랬다. 멈추고 싶을 때 멈출 수 있는 날이 온다면 정말 좋겠지만, 그래도 나를 돌보는 방법을 조금 더 알게 된 것 같아서 마음이 놓였다.
어제는 떡갈나무 화분에서 잎이 하나 떨어졌다. 그런데 그게 그렇게 속상할 수가 없었다. 잡초도 키우기 시작하면 잡초가 아니라더니, 바깥에 자라는 아무 나무였다면 잎이 우수수 떨어진들 가지가 부러진들 감상이 없었을텐데. 덥니? 춥니? 목마르니? 햇빛? 통풍? 내가 뭘 잘못했니? 그냥 겨울이라 그런거지? 혹시 뭔가 부족하다는 신호일까봐 말 못하는 나무를 이리 봤다가, 저리 봤다가, 흙도 한 번, 잎도 한 번 쓸어봤다가 그랬다. 매일 아침 일어나 거실로 내려왔을 때, 창가에 줄 서 있는 조막 조막한 식물들이 무탈한 것은 나의 큰 행복이다. 잘 못 키울까봐, 신경쓰기 싫어서, 원래 잘 못해서, 이 핑계 저 핑계로 한참을 고민하다 데려왔다만, 마음을 줄 수 있는 무언가가 같은 집에 고요히 있어 준다는 건 참 좋은 일이다. 사실은 내가 가진 모든 것에 바라는 것도 그냥 그런 것인가 한다. 그저 내일도 오늘과 같았으면. 느즈막히 눈을 뜬 나를 기다리며, 오늘 있던 곳에, 있던 것이, 내일도 있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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