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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와 아무 말/다섯 밤과 낮

2021. 03. 04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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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어쩐지 잠이 쉽게 오지 않는 밤이었다. 요즘 하루가 너무 긴 탓에 일이 끝나면 눕고만 싶었는데, 누운지 2시간이 넘도록 잠이 들지 않았다. 중간에 잠깐 선잠이 들었는데, 갑자기 벌컥 깨더니 심장이 엄청 빠르게 뛰었다! 꿈을 꾼 것 같지도 않은데 왜 그랬을까. 토닥 토닥 나를 좀 달래주고 나서, 자세를 이렇게도, 저렇게도 바꿔봤다가, 노래를 작게 틀어봤다가, 포기하고 웹툰 좀 보다가, 결국 ASMR 영상을 네댓 개 쯤 탐험하다 겨우 겨우 잠이 들었다. ASMR에도 아주 다양한 취향이 있는 모양이지만, 나에게 특효약은 홈카페 영상. 예전에는 잘 때 소리를 찾아 듣는 것이 이상하게 느껴졌는데, 잠 들지 못하는 밤이 많아지다 보니, 이런 저런 시도 끝에 나도 내게 맞는 소리를 찾게 되었다. 소꿉놀이하듯 예쁜 것들을 달그락, 달그락 만들고 있는 모습을 별 생각 없이 지켜보면, 마침내는 잠이 든다. 물론 오는 잠을 쫒아서라도 보고 싶어질 영상을 자꾸 추천해주려는 알고리즘을 조심해야한다. 

요즘은, 아침과 밤에 나라는 사람을 만나는 느낌이다. '나를 만나다', '나에게 집중하다' 이런 상투적인 표현 말고 더 잘 쓰고 싶은데... 아무튼 정말 '나'라는 사람을 잠깐 만나보는 느낌이다. 아침에 요가를 하고 글을 쓰는 내내, 나에게 이것 저것 물어도 보고, 대답도 한다. 정신 없이 일을 하는 시간은 뭐랄까, 별개의 시간처럼 흘러간다. 밤이 저물면 다시 되돌아 온다. 또 나를 만나서 오늘은 이랬구나, 컨디션은 어떻고 기분은 어떻구나, 그래 그래 내일도 잘해보자, 이런 대화를 하는 느낌인데... 조금 더 지나면 이 기분을 명확하게 쓸 수 있을 것 같다. 아주 신기한 기분이라 꼭 다시 써봐야겠는데 아무튼, 그렇다. 

오늘도 중요한 일들이 많은 날이다, 시작 전에는 항상 피하고만 싶다. 이번 주가 계속 그랬듯이 막상 마주하면 그렇게 별 일은 아니다. 내가 많이 걱정할수록, 실제는 걱정보다 작아진다는 것을 깨달을 때도 되었다! 어찌되건 밤에는 반드시 좋은 일을 찾아낼테니까, 오늘도 밤에 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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