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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와 아무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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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02. 24 (수) 그저께는 처음으로 클럽하우스에서 스피커로 말을 해보았다! 주제는, 작지만 확실히 행복해지는 나만의 방법. 낯선 주제였다면 엄두도 못 냈을텐데, 소소하게 경험을 공유하며 도란 도란 이야기하는 자리라 용기를 냈다. 어엄청 떨렸다. 나도 막 떠는 사람은 아닌디... 손 끝이 저릴 정도로 떨렸다. 만나본 적 없는 수 백 명의 사람들이 내 말을 듣고, 그 중 누군가는 또 곧장 말로서 감탄하고 공감을 표하는 것이 묘하고 두근거렸다. 가끔, 오히려 잘 모르는 사람에게 이야기 하는 것이 더 편하다고 느낄 때가 있는데, 클럽하우스의 수 많은 매력들 중 하나는 그런 것 일지도 모르겠다. 그 날 이야기 한 것 처럼, 내게는 기분을 아주 빨리 좋게 만드는 몇 가지 기억의 순간들이 있다. 주머니에서 꺼내듯 머릿 속에서 재생시키..
사람은 가장 행복한 순간에 무엇을 할까. 사람은 가장 행복한 순간에 무엇을 할까? 아무리 생각해도 좋아하는 사람이랑 맛있는 거 먹는다. 승진이랑 뭐 먹으면서 늘 했던 이야기인데(먹기 정당화를 위해) 미국 대통령은 당선되고 나서 뭐 했을까, 승전한 장군은 뭐 했을까, 디카프리오가 오스카 받고 뭐 했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한 줄 요약하면 좋아하는 사람이랑 맛있는 거 먹었다. 좋아하는 사람이랑 맛있는 거 먹는 것 너무 평등하고 영원 고결한 행복이다. 좋아하는 사람과 맛있는 거 먹는 것 만으로, 지구촌 역사 상 인간이 개발한 가장 행복한 순간에 도달할 수 있다. 이렇게 생각하면 모든 게 너무 간단하고 편리하다.
2021. 02. 23 (화) 오늘은 큰 TV로 영상을 틀고, 창문을 열어 찹찹한 바람을 느끼며 아침 요가를 했다. 어제보다 훨씬 좋은 아침이었다. 눈에 보이는 것 보다는 호흡에 집중할 수 있었고, 내내 햇살이 몸 위로 쏟아졌다. 사소한 것으로도 기분은 많이 달라진다. 처음 혼자 살기 시작했던 십여 년 전의 나는, 집을 가꿀 여유가 마땅찮았을 뿐 아니라, 남에게 보이지 않는 곳에 정성을 쏟는 것을 쓸모없는 일로 여겼다. 하지만, 조금 더 좋은 스피커로 음악을 듣고, 예쁜 접시에 음식을 담고, 잘 닦이는 도구로 청소를 하는 것 만으로 세상은 얼마나 달라지는지! 그 동안 내가 집에 대해 깨우친 것이 있다면 바로 그런 것이다. 오늘은 오랜만에 아주 푹 잘 잤고, 어제보다 하늘이 맑고, 조금 더 일찍 일어났고, 걱정하던 업무가 갈무리 되어 ..
내가 생각하는 모든 멋진 사람은 기록을 한다. SNS를 만드는 것이, 공개 된 곳에 개인적인 글을 쓰는 것이 나에게는 왜 이렇게 용기가 필요한 일인지 잘 모르겠다.나는 불필요한 곳에 내 이야기가 보여지지 않았으면 좋겠고, 그 것에 일희일비하는 내가 좀 멋지지 않다(찌질하다)고 생각한다.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야만 하는데 안 한 일 처럼 늘 마음 한 구석에 빚을 지고 있는 것은, 이 것이 명백한 성실성의 영역이며 또한 내가 되고 싶은 모습임을 알기 때문이다. 내가 생각하는 모든 멋진 사람은 기록을 한다. 이 생각이 변할 것 같지는 않다.그럼 차라리 해버리기로 오늘 꼭 다짐했다! 맞는 말만 하려고 하면 아무 말도 할 수 없으니까, 일단 아무 말이나 해보고 생각하자구~ 하다 보면 좀 쉬워지겠지.기특한 나를 위해 남겨둔다.
2021. 02. 22 (월) 작년 봄 명상을 처음 시도했던 밤이 생각난다. 하는 것도 아니고 안 하는 게 뭐가 어렵담, 했던 생각이 무색하게도, 내내 머리로 밀려들어오는 것들을 외면하기가 얼마나 어려웠던가. 단 일 초도 생각을 멈출 수 없는 나의 고단함이 안쓰럽고 서글펐다. 오늘도 그랬다, 마음은 말을 너무 많이 한다. 눈을 뜨면 떠밀리듯 곧장 모니터 앞에 앉는 것도 습관이 된 모양이다. 요가 매트에 서있는 몸뚱이가 머쓱하고 어색한 기분. 열 번의 플로우를 더듬 더듬 따라가면서, 이곳 저곳에 피가 쏠렸다가, 옮겨지는 것을 느낀다. 내내 여러가지 생각이 들려온다. 9시 출근자들의 업무 푸시 알림이 영상 위로 둥둥 뜬다. (내일은 폰 말고 TV로 봐야지) 오늘은 오전에 어제 보던 문서를 정리할 요량이다. 점심에는 필라테스를 다녀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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