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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와 아무 말/다섯 밤과 낮

2021. 04 .15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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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쯤 머리를 짧게 잘랐다. 원래 늘 짧은 머리였다가, 어깨 너머로 닿을 만큼 길게 기른 것은 아주 오랜만이었다. 꼭 기르려고 했던 것은 아니었다보니, 결정도 그렇게 어렵지는 않았다. 숏컷의 최대 장점이라하면 씻고 준비하는 시간이 훨씬 단축된다는 것. 나는 가뜩이나 머리숱이 많아서 말리는 시간이 오래 걸렸는데, 지금은 드라이기로 훌훌 1분이면 된다!

머리를 자르고 나서 왠지 유산소 운동을 시작했다. 더운 걸 무척 싫어해서 유산소 운동을 좋아하지 않는데... 필라테스를 꾸준히 다니고 있다보니 운동량을 좀 늘리고 싶어서다. 어제 저녁에도 땀 범벅이 된 채로 집에와서, 샤워를 하고 1분만에 머리를 말렸다. 유산소 운동을 하기로 마음먹는 데에, 머리를 잘랐다는 사실이 1 쯤은 영향을 주었을 것 같다. 긴 머리였다면 매일 저녁 씻고 말리는 데 한참이니까, 나도 모르게 그런 귀찮은 일은 마음 속에서 몰아내버렸을지 모른다.

전 회사 친구인 유진이 우리 팀으로 이직을 했다. 유진은 나에게 가장 큰 기쁨을 주는 사람 중 하나인데, 그런 유진이 이번 주 부터 하루 여덟 시간 씩 나와 붙어 있는 것이다. 이건 로또에 가깝다. 그런데 유진이 온 후부터 왠지 일이 잘된다. 화상 회의 타일 수십 개 중 하나에 유진 얼굴이 있는 것 만으로, 하루 종일 업무 이야기 나누는 메신저 방에 유진이 있는 것 만으로! 왠지 말이 잘 나오고 자신감이 생긴다.

무언가가 되는 데는 어떤 것이 필요하다. 별 것 아닌 것일 수도 있고, 운이 따라야 하는 것일 수도 있다. 머리를 잘라서 1만큼일 수도 있고, 유진이 와서 100만큼 일 수도. 그 어떤 것이 어떤 것이어야 하는지, 얼마만큼이어야 하는지 모르기 때문에 막막하여 불안해지고 때로는 선물처럼 행복해진다. 아침에 따뜻한 차만 끓여 마셔도 기분이 좋아진다. 세상이 굴러가는 데에는 그런 비밀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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