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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믿을 수 없이 빠르게 지나가고, 벌써 네 번째 달이다. 만우절이라니, 서로 놀리고 골탕먹여도 귀엽게 봐주는 날이라니! 이런 깜찍한 날은 누가 만든걸까? 어제는 거짓말처럼 기분 좋은 일이 있었다.
쉬는 날이었던 남자친구가 예쁜 꽃을 들고 집에 왔다. 초인종 소리에 문을 열었는데, 눈만 빼꼼 내밀고 인사를 하더니 문 틈 사이로 쏙 꽃다발을 내밀었다. 나는 그 순간을 영원히 눈 속에 남기려고 지금도 다시금 그려본다. 꽃을 보러 갈 수 없어서 꽃을 가져왔다고, 아름다운 봄 날에 아름다운 꽃을 보며 나를 떠올리는 마음이 너무 귀하고 감사해서, 눈물이 찔끔 날 만큼 행복했다.
아침 햇빛을 받아 활짝 피운 꽃이 유리병에 담겼다. 저마다 어여쁜 빛깔과 향기, 그 옆에 앉아 명상을 했다. 감정에 초연하기란 얼마나 머나먼 목표인지 새삼 실감했다. 슬픔을 내 것이 아니라고 하고픈 마음에는 아무런 저항감이 없다. 다만 이런 기쁨은 조금도 나와 떼어 놓지 않고 그저 흠뻑 누리고 싶다.
몇 번이나 꽃을 돌아보았다. 어떤 마음이 초연한 마음일까, 언젠가 꽃이 지더라도, 피었을 때 내게 준 행복을 기억하며 받아들이는 마음이면 되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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