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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와 아무 말/다섯 밤과 낮

2021. 03. 29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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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한 달 간의 명상 리추얼을 처음으로 시작하는 날이다. 주말에 잘 쉬었는데도, 지난 금요일로부터 오늘까지 아주 긴 시간이 흐른 것만 같다. 출근하기 싫어... 출근하기 싫어서 침대에 좀 더 오래 구겨져 있었다. 

 

지난 달 요가를 할 때도 느꼈지만, 아침 리추얼 중에 집중이 허물어지면 나는 그 날의 할 일에 대해 생각해버린다. 이따가 그거 챙겨야지, 누구한테 연락해야지, 뭐 물어봐야지, 주로 회사에서 해야할 일에 관한 걱정이다. 월요일을 맞이하는 아침, 명상 자리에 앉으니 어김 없이 한 주 치의 걱정이 몰려온다. 처음에는 내가 되뇌이는 말, 몸과 손이 닿는 느낌에 제법 집중할 수 있었다. 20분의 끝이 다가올수록 느낌보다는 생각이 커진다. 5일을 살아보면 첫 날 염려한 만큼 대단한 일이 아닐 때가 대부분이다. 알면서도 나는 어김없이 월요병과 싸운다. 

 

리추얼 시작 전 날, 남자친구와 유퀴즈 지난 에피소드를 훑어 보다가, 마침 불교 교리에 대해 말하는 편을 보게되었다. 나는 인이고 그 밖은 연이라, 연은 필시 변하지만 인을 비워두면 흔들리지 않을 수 있다. 0에 무엇을 곱해도 0인 것처럼... 

 

월요병과 싸우지 않고 싶다. 찾아온 걱정을 관찰하되 앓고 싶지는 않다. 머리를 깎고 속세를 떠나 매일을 수련하며 살아야만 0에 도달할 수 있다면, 그렇게 살 수 없는 사람들은 이것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을 것이다. 도달하기 위해 명상을 하기로 한 것은 아니니까, 내일은 어제보다 조금 낫고, 쌓이면 어렴풋이 보이는 것으로 족하겠다. 그런 나날이 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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