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1.
아침에 일어나 나를 출근하도록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요?
반대로 출근하기 싫다고 느끼게 만드는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아침에 일어나 출근하는 것이 정말이지 좋아죽겠는 사람도 있을까?!
만약 그렇다면 나에게 유감이다. 나를 일으키는 것은 '책임감'인 것 같다. 요즘은 그나마도 '욕먹기 싫음'일 때가 다분하다. 그래서 '출근하기 싫음'을 동시에 느낀다. '책임감' 보다는 '의무감'이 더 적절하겠다.
질문을 조금 바꿔 출근하는 것이 즐거운 날이 있었는지 생각해보면...
- 루틴과 다른, 재미있는 이벤트가 있는 날 (회식, 스터디, 사모임 등)
- 좋아하는 사람들과 지지하는 분위기 속에서 밀접하게 일하는 날 (브레인스토밍, 아이데이션 회의, 워크샵)
- 여유있게, 내 속도와 예상대로 일 할 수 있는 것이 확실한 날, 한마디로 별 일 없는 날 (즐거움까지는 아님. 괜찮음 정도)
아무리 생각해도 이정도 뿐이다.
쓰면서, '상세 설계가 끝나는 날', '디자인이 끝나는 날'처럼 일이 계획대로 흘러가는 날조차도 왜 별로 즐겁지 않은지를 생각해봤다.
기획자는 일의 모든 국면을 관리하고 책임진다. 하나의 미션이 완료되었음은 다음 미션의 시작을 의미한다. 피드백을 줘야하거나, 결정해야하거나, 해결해야할 또 다른 일이 생기는 것을 의미한다. 신규 구현 프로젝트가 끝나면 유지 보수가 시작되고, 서비스 전체의 이터레이션에 따라 계속 개선할 것을 찾고, 설득하고, 수행한다.
내게는 이 모든 것이 새로운 원동력이나 자극이 크지 않은, 다소 지루한 일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이것이 이 업의 특질이라고 생각해서, 나는 요즘 내가 이 일을 하며 행복할 수 있는 사람인지 고민한다.
내가 출근하기 싫은 이유를 생각해보면...
- 상황은 매우 가변적이나, 이를 수행하는 업무 자체는 매우 반복적이다.
- 이 일이 좋든 싫든 나는 내 명예를 위해 해내고 싶은데, 충분히 좋은 방법을 찾을 시간과 기회가 주어지지 않을 때가 많다.
- 구현 담당자에게, 이것을 만들어야하는 근거와 논리를 설득해야하지만, '만들고 싶다!'는 마음이 내 것인 경우도 드물다.
탑다운이거나, 효용에 대한 확신이 없을 때가 많다. ('해야하니까 나도 이걸 만들고 싶다!'라고 자기 최면을 한다.)
- 그런데도 일정은 촉박하기 때문에 남을 재촉해야하는 것이 괴롭다.
상대방이 나에 대한 인간적 애정을 잃어가는 걸 알면서도 해야하니까 해야한다고 말하는 것이 괴롭다.
- 의견을 제시할 수 없는 상황, 내 의사결정을 존중하지 않는 사람과 함께 일할 때 더욱 그렇다.
- 손발이 척척 맞고 농담 따먹기를 할 수 있는 사람, 피상적이지 않은 상호 신뢰 관계의 사람이 없을 때 더욱 그렇다.
- 사람들을 대체로 무조건 사랑하는 점이 나의 좋은 점이라고 생각한다. 맞지 않는 사람과 일하면서 그 점을 잃어가는 것 같을 때 슬프다.
- 업무가 과도해 나의 일상을 시간적, 심리적으로 잠식할 때가 있다.
나는 내가 이 일을 못하는 사람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하는 서비스를 사랑하고, 동료들을 존경한다. 작은 것에 성취와 기쁨을 느낄 때도 많다. 메일 하나 써놓고 캬, 기가 막히게 썼다! 라고 자찬할 때도 많다. 그러나 나를 출근하기 싫게 만드는 요인들 중 일부가, 필연적으로 내재된 직무인 것도 사실이다. 5년 정도 같은 일을 했고, 단순히 '일하기 싫어 놀고 먹고 싶어'가 아닌 (그것도 물론 있음) '이게 꼭 내 마지막 직업일 필요는 없겠다'라고 말할만한 이유를 꼽을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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