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찰 : [밑미-일잼] Day 5. 내가 가장 재미있게 한 일은?
Day 5.
나의 과거 경험을 돌이켜보며 신나서 재미있게 일했을 때, 혹은 스스로 만족스러운 성과를 냈던 때가 언제였나요?
(꼭 회사 일이 아니여도 좋아요!) 그 때, 나의 환경/상황은 어땠었는지 함께 떠올려 적어보세요.
1. 내가 즐겁게 일할 수 있는 환경
유지보수관리가 아닌, 새로운 일을 기획할 때는 말그대로 에너지가 솟는다. 원래 흥미있는 일을 할 때 특히 그렇지만, 호기심을 불러 일으킬 정도만 되어도 충분히 큰 재미를 느낀다.
비단 업무 뿐 아니라, 파티나 모임같은 일상 속의 이벤트를 계획할 때도 그렇다. 답이 없는 문제 상황에서 좋은 예시들을 리서치하고, 인사이트를 얻어, 어떤 컨셉을 어떤 순서대로 어떤 모습으로 구현할지, 상상하고 만들어나가는 일이 너무 즐겁다.
이렇게 앞단부터 그려나간 스토리와 마침내 구체화한 아웃풋의 디테일이 연속성있는 맥락을 만들 때! 말하자면 서비스의 안내 문구 한줄조차 컨셉으로부터 이유를 설명할 수 있을 때, 그야말로 짜릿함을 느낀다.
이렇게 일하기 위해서는, 진행하는 모든 과정에 있어 엔드 픽쳐가 내 예측 / 통제 가능한 범위 안에 있다는 감각이 중요한 것 같다. 그리고 주도권에 대해 구성원으로부터 합의와 지지를 받을 수 있는지도 매우 중요하다.
2. 내가 즐겁게 일할 수 없는 환경
여러 번 썼지만, 사소한 케이스를 모두 찾아 구멍 없이 정의하는, 오류의 원인을 찾고 리포트하고 개선되었는지 테스트하는, 기계적인 꼼꼼함과 반복업무를 요하는 일은 내겐 영 즐겁지가 않다.
지금 운영 중인 프로덕트를 오픈할 때, 처음부터 주도적으로 문제를 정의하고 컨셉을 도출한 후 시각화 하는 이상적인 선행 기획자의 역할을 했었다. 하지만 서비스의 볼륨이 너무 커지고 그것을 많은 기획자들이 쪼개어 가지면서, 각 영역의 방향성이나 디테일이 얼라인되지 않는다는 느낌이 들었고, 구체화 중에, 필요성을 충분히 공감할 수 없는 탑다운 요건들이 많이 개입되었다. 결국 오너십이 내 것이 아니라는 생각에 애정을 많이 잃게 되었다.
실력, 인격적인 면에서 인정하거나 존경할 수 없는 상급자로부터 찍어누르기식의 지시를 받는 상황(주로 협력적이지 못한 분위기가 수반됨)에 보통 엄청난 반발심이 생긴다. 연차가 더 낮았을 땐 뒤에서만 욕했지만 지금은 반드시 꿈틀이라도 하는 편이고, 그러고 나면 업무 자체의 주도권이나 합리성 뿐 아니라 관계 면에서도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느끼기 때문에, 나 스스로를 다시 일하도록 설득시키는데 큰 에너지가 쓰인다.
3. 정리해보면,
내가 즐겁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은 이렇다.
- 새로운, 호기심이 생기는 일을 할 수 있는 환경
- 주도적으로 계획하고 수행할 수 있는 환경
- 구성원으로부터 지지와 인정을 받을 수 있는 환경
음 최근에 나는 서비스 기획과 맞지 않는 사람일 수 있겠다고 생각했었는데, 이 질문을 통해 다시 생각해보니 반복적인 서비스 운영이 노잼인 것이지… 무언가를 기획하는 일 자체는 좋아하는게 분명하다!
3-1. 그런데 다 써놓고보니
또 이런 생각이 든다. 너무 당연한 얘기인가? 이건 ‘내가 원하는 일’이 아니라 그냥 ‘보편적으로 좋은 일’이지는 않은가?
큰 프로덕트에는 많은 기획자가 필요하기 마련이고, 필연적으로 내가 모든 디테일을 알거나 챙길 수는 없다. 그렇다면 어디까지가 내가 느끼는 ‘통제 가능한 범위’일까? 큰 성취감을 줄 수 있는 큰 서비스를 하면서, 컨셉과 아웃풋의 괴리가 거의 없도록 만드는게 가능은 한 일일까?
솔직하게 써보자면, 내가 완전히 흥미를 잃은 것으로 보이는 ‘유지보수 운영’을 하지 않는 서비스 기획자는 실제 업계에서 상당히 드문 포지션이고, 오히려 운영을 안해본 경력이 기획자의 약점이 된 사례도 더러 보았다. 나 역시 일하면서 운영 경험이 통찰력을 가지는데 도움이 된 적도 많았다. 그럼 나는 가끔 있는 ‘내가 좋아하는 기획’을 하기 위해서 늘상 해야하는 ‘내가 싫어하는 기획(운영)’은 감내해야하는걸까? 이건 남은 시간동안 조금 더 생각해보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