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노트/트레바리 : [문학] 동물농장 - 조지 오웰
"성악설이 맞습니다."
책의 모든 페이지는 인간사의 어떤 순간들을 떠오르게 한다. 그런 것을 다루는 학문에 조예가 깊지 않은 나같은 사람에게도 어렵지 않은 일이다. 먼 나라 이웃 나라 우리 나라에서 같은 역사로 죽어간 사람들과 무너진 문명들을 생각한다.
이 우화가 어떤 사건이나 체제가 아닌 인간 본성에 대한 이야기라는 것이 웬만한 괴담보다 무서운 일이다. 사회와 시대를 불문하고 지배하고 지배당한다.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체제는 본성을 실현하고 설명하는 방식이겠다. 누군가는 내가 사는 방식이 완벽하지 않다 말하고 누군가는 이보다 나은 답은 없다고 한다. 다른 세상을 겪어보지 않은 나는 짐작 뿐이다. 적어도, 하고 싶은 말을 하고 하고 싶은 일을 해도 죽거나 다치지 않아야 한다는 가치가 보편 타당한 시대에도, 이 말이 비추지 못하고 누리지 못하는 구석은 존재한다는 것을 알고 있을 뿐이다.
책은 다양한 인간상을 그린다. 권력을 얻는 자, 얻으려다 실패하는 자, 권력에 붙어 이용하는 자, 부당함을 외치다 희생되는 자, 사회의 가치를 내재화하고 맹목적으로 따르는 자, 부당함을 알고도 두려워서 순응하는 자, 무지해서 그런 줄도 모르는 자, 이 모든 것에 냉소하는 자.
나는 이 모든 유형의 예시를 순식간에 찾을 수 있다. 그리고 나는 누굴까 하고 생각한다. 비교적 무탈한 현대에 나고 자란 덕에 나의 정의로움을 평가할 사람은 나 자신 뿐이다. 목숨을 걸지 않아도 되는 일에 나는 쉽게 소리 내고, 편안한 의자에 앉아 스스로의 관대함에 감탄한다. 허나 당장의 먹고 살기와 많은 입의 말 앞에도 오직 정의를 말할 수 있을까. 폭력과 억압의 공포로 인해, 제한된 지식과 학습된 불합리로 인해, 가족과 자신의 안위를 위해. 나는 타당한 이유의 뒤에 숨은 자들 앞에 감히 떳떳할 수 없다. 남을 비겁하다고 말하기는 너무 쉽다.
좋아하는 이야기 속에서 인간은 칼로 찌른 사람으로도 찔린 사람으로도 태어난다. 어떤 소설에서는 그 모든 인간으로 다 태어나고나면 신이 될 수 있다고 한다. 왕으로 백성으로, 부자로 가난뱅이로, 총성이 울리는 전쟁터에서, 부가 쌓아올린 마천루에서 태어난다. 그 삶을 다 알고나면 우리는 이렇게 살지 않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