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ne night 2021. 3. 9.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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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가장 많이 바꿔 놓은 일은 아마도 미국에서 보낸 몇 년이다.

그 때의 내게는 새로이 도전하는 것만이 멋지고, 여기서 내일도 할 수 있는 일들은 조금 시시해보였다. 가서 꼭 무엇을 해야지, 어떤 사람이 되어야지, 그런 마음은 아니었던 것 같다. 단지 내가 그런 것을 좇아야만 살 수 있는 사람처럼 보였다.

 

세상은 넓고 많고 엄청 재미있구나, 그 때 가지 않았다면 몰랐을 일이다. 그러나 동시에, 안전 지대를 벗어나는 것이 얼마나 쉽지 않은지 매일 깨달아야했다. 가족과 친구와 익숙했던 것들이 착실히 쌓아 다져둔 땅을 걷고 있었다는 것을 알았다. 국적과 인종과 사회 안전망 같은 것 뿐 아니라, 그냥 마음 뉘일 곳, 손을 뻗으면 닿는 곳에, 늘 있는 것들이 있다는 것. 그것이 매일을 사는데 얼마나 큰 용기를 주는지 말이다.

사실 지나온 시간 중에 후회스러운 것은 없다. 모든 걸 알고 있었어도 나는 같은 선택을 했을 것 같다. 하지만 모든 일에는 같은 값의 대가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가지 않았다면 만났을 사람들, 함께 보냈을 시간들. 내가 얻은 것들이 아무리 값지더라도, 놓친 것들을 아쉬워하지 않기란 어려운 것이다.

 

돌아와서는 떠나온 곳을 사무치게 그리워했다. 그 곳에서는 이 곳을, 이 곳에서는 그 곳을. 추억은 예쁘게 보정되고, 어디에서도 나는 그리워한다. 언제나 그럴 수 밖에 없다는 것도 이제는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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