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03 . 01 (월)
몸무게를 재고, 물 한 잔과 유산균을 먹고 요가 매트를 편다. 미세먼지 농도를 보고, 아주 나쁘지만 않으면 창문도 좀 열어둔다. 타임 스탬프로 요리조리 사진을 찍고, 20분 동안 요가를 한다. 약간 땀이 난 채로 마지막 사바아사나를 할 때면 오늘도 해냈다, 하고 스스로 조금 칭찬을 해준다. 바로 앉아서 지금처럼 글을 쓴다. 블로그를 만든 후로는 뭔가 있어야 할 공간에 있어야 할 것을 채우는 느낌이라 조금 더 글 쓰는 맛이 난다. 밑미 톡방에 사진을 보내고 나면, 출근 시간. 재택 근무를 한 지도 6개월이 넘었다. 프로젝트 톡방에 간단한 인사를 하고, 업무를 시작한다. 요즘 하루는 눈 코 뜰 새 없이 흘러간다. 돌아서면 다른 회의가 기다리고 있고, 앞의 회의가 머릿 속에서 채 정리되기도 전에 또 다른 일들이 시작된다. 운동량이 적어서인지, 부쩍 카페인에 아주 취약한 몸이 되었다. 그래서 커피나 차는 일절 마시지 않고, 대신 탄산수를 마신다. 일주일에 두 번 정도, 점심이나 저녁 짬을 내어 필라테스를 간다. 아무리 바빠도, 재택 근무 덕에 그 정도 짬은 낼 수 있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사실 그렇게 하려고 아주 노력하고 있기도 하다. 필라테스는 몸 구석 구석을 어떻게 알차게 써먹어야 하는지 알려주었다. 이제껏 한 것을 다 합쳐보면, 내가 어른이 되고서 가장 오래 한 운동이 아닌가 싶다. 좋아하는 운동, 꾸준히 하는 운동이 있다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정말 멋진 일이라, 하루 치를 다 한 후에는 꽤나 으쓱해진다. 점심에 운동을 가지 않는 날은 밥을 해 먹는다. 점심엔 보통 여유가 없어서, 밥에 낫또와 김만 올려 후루룩 먹는다. 조금 더 여유 있으면 냉동 아보카도와 양파, 조금 더 있으면 계란 후라이. 아주 짧은 휴식이 끝나면, 정신 없는 오후가 흘러간다. 약간이라도 숨 쉴 틈이 있으면 스피커로 음악을 틀어두고, 그나마도 회의가 너무 많거나 그럴 정신도 없으면 그냥 고요히 일한다. 끝이 날 것 같지 않은 회의와 고민과 문서 작성! 어떤 날은 그래도 이 정도면 많이 왔다, 어떤 날은 어떡하지 진짜?로 귀결된다. 요즘은 보통 후자이고, 대부분 더 늦게까지 일 하게 된다. 그래도 스위치를 끄지 않으면 안되기에! 느즈막히 일어나, 저녁을 만든다. 저녁은 보통, 그 날 냉장고에 있는 대로 덮밥, 볶음밥, 파스타 등등. 요리라는 건 시작 전에는 무척 귀찮고, 하는 중에는 무척 재밌으며, 끝난 후에는 무척 뿌듯하지만 또 설거지가 무척 귀찮다. 설거지는 내가 가장 덜 좋아하는 집안일이다. 바로 하는 날은 잘 없다. 내일의 나에게 맡겨두고, 유튜브든 넷플릭스든 보며 대충 쇼파에 좀 구겨져 있는다. 가장 무의미한 것 같지만 이만큼 충전이 되는 시간도 없다. 힘이 나면 잠시라도 책을 좀 읽는다. 필라테스 갔다오는 것 외에는 하루 종일 한 발짝도 밖에 나가지 않는, 요즘의 평일이다. 그렇다고 해서 전혀 외롭거나 답답하지는 않지만, 그렇게 느끼던 때가 아득한 것이 조금은 이상하다.